['판문점 선언' 이렇게 본다] '아쉽다' 핵폐기 로드맵 없으면 무용지물
남북은 역사상 세 번째 정상회담을 갖고,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에 서명했다. 양 정상이 서명한 선언문엔 남북관계 개선과 군사적 긴장 완화, 평화체제 구축, 한반도에 완전한 비핵화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했다고 명시돼 있다. 그동안 청와대가 밝힌 정성회담의 의제는 비핵화, 평화구축, 남북관계 순이었다. 이번 선언문을 보면 순서가 남북관계, 평화구축, 비핵화로 거꾸로 돼 있다. 비핵화보다는 남북관계 개선과 평화체제 구축 문제에 비중을 더 많이 두었다. 사실 미북정상회담에 앞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 온 국민은 물론 국제사회가 북한 핵폐기에 관한 로드맵을 기대했다. 그러나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로 귀결된 것은 또 다른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이미 1991년 12월 31일 제5차 남북고위급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합의하고, 1992년 1월 14일 남북은 판문점 중립국감독위원회 회의실에서 남북한의 총리가 서명한 비핵화 공동선언문으로 남한 내 주한미군 기지에 배치돼 있던 지상 및 해상 발사 단거리 전술핵무기를 철수했다. 그 뒤 북한은 꾸준히 6차에 걸친 핵실험으로 핵을 개발했고, 남한은 완전한 비핵화를 이루었다. 그렇다면 이번 선언문에 북한의 핵폐기를 언급해야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는 무엇을 뜻하는가. 궁극적으로 북한이 노리는 것은 어느 때든 핵무장할 수 있는 주한미군 주둔 반대는 물론 핵무장한 미국 군함과의 한미연합훈련도 금지한다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 후에나 핵을 폐기하겠다는 얄팍한 꼼수에 불과하다. 그러나 유엔과 트럼프 대통령의 최대 대북 경제제재 압박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겨냥한 것으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정말 비핵화라는 전략적 결단을 내렸다면, 전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왜 본인 입으로 분명한 비핵화 의지를 밝히지 못했는가. 문재인 정부의 최대 실책은 비핵화를 미북정상회담으로 떠넘긴 것으로 예측할 수 없는 한반도 사태로 몰고 간 것이다. 북한의 핵폐기라는 로드맵도 받아내지 못한 가운데 한반도의 평화를 내세워 정전선언과 평화협정을 내세운 것은 국익에 큰 짐을 안겼다. 북한과의 경제협력은 핵이 완전히 없어진 뒤에야 가능하다. 또한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를 평화 수역으로 만들어 나가기로 했다'는 합의도 그렇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에서 'NLL은 국제법적 근거가 없다'며 북한 요구에 힘을 실어줘 큰 논란을 일으키지 않았는가. 우리 장병들이 NLL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희생을 감수했는가. 무엇보다 문재인 대통령이 평화협정을 내세우기 전에 김정은으로부터 과거사 문제를 짚고 넘어갔어야 했다. 한반도휴전선언 후 65년 동안 북한이 자행한 무장공비 청와대 침투사건, KAL기폭파, 아웅산 테러, 천안함 폭침, 연평도 도발 등 무수한 도발에 한마디의 사과도 받아내지 못하고 군사적 긴장 완화, 평화체제 구축만을 앞세운 것은 국민으로부터 지탄받을 수밖에 없다. 과거사는 또 다른 적폐이기 때문이다. 북한이 핵폐기 로드맵을 밝히지 않는 한, 양국이 무엇을 합의해도 아무 소용없다. 박철웅 / 일사회 회장